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약칭 420경주공투단)은 주시 탈시설 자립지원 시범사업 선정을 환영하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3. 경주시는 지난 3월 29일,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는‘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에 선정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탈시설 자립지원 시범사업은 지난 수년간 경주 관내 장애인시설 학대가 반복되며, 근본적인 탈시설 정책 마련 요구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추진되었다.

이에 공투단은 경주시가 실질적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구체적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을 환영하며, 관련 입장을 발표합니다. 아울러 본 사업이 또다른 민간위탁 사업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탈시설 권리 실현을 위한 정책으로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원 설치를 통한 공공성 강화와 지역사회 중심의 공적 전달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입장문

- 경주시 탈시설 자립지원 시범사업 선정을 환영하며 -

지역사회 존엄한 삶을 위한 탈시설·자립생활!

사회서비스원 설치를 통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지역사회 튼튼한 자립기반 확충으로 실현하자!

지난 3월 29일, 경주시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에 선정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이하 420경주공투단)은 경주시의 탈시설 자립지원 시범사업 선정을 적극 환영하며, 이를 통해 경주 지역사회의 장애인 자립기반이 튼튼히 뿌리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탈시설 시범사업 추진은 장애인권단체들이 지난 수년간 경주지역 장애인시설 학대 문제와 탈시설 정책으로의 전면 전환을 요구하며 끈질기게 싸워온 과정에서 맺어진 결실이다. 경주는 경주푸른마을, 선인재활원, 혜강행복한집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시설 인권유린과 비위행위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이에 공투단은 ‘시설수용정책’ 그 자체가 제도적 학대임을 고발하며, 시설 인권유린의 근본적인 대안으로서 ‘탈시설 정책’ 전면 전환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6월, 경주시청 앞 천막농성을 벌이며 경주시의 근본적인 탈시설 정책을 촉구한 끝에,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보장을 장애인 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수립 및 정책협의 진행, 종합계획 수립, ▲인권침해 시설에 대한 행정처분 및 경상북도에 사회복지법인 조치 요청, ▲장애인시설 인권실태 전수조사 실시, ▲인권침해 시설 거주인에 대한 우선적인 개인별 자립지원계획 수립과 지원방안 마련, ▲장애인시설 공익제보자 불이익 예방 등을 골자로 한 합의안이 마련되었다. 이로써 경주시 장애인 정책의 방향이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보장’이라는 가치 속에 분명히 세워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경주시 관내 전체 장애인시설에 대한 거주인 인권실태 조사가 진행되었으며, 탈시설·자립생활 정책협의를 통한 지역사회 자립생활 정책 확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탈시설 권리 실현을 위해 지나온 걸음들을 돌아보며, 경주시가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구체적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아울러 본 시범사업이 취지대로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또 하나의 민간위탁 사업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회서비스원 설치를 통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촉구한다.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보장에는 지역사회 중심의, 공공에서 책임지는 돌봄·사회서비스 체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은 사회서비스가 99% 민간시장에 내맡겨진 현실에서 공공성 강화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추진되었다. 경북은 충북과 함께 올해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될 예정이 있으며, 이를 완료하면 전국 17개 시도에 사회서비스원이 모두 설립된다. 이미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된 지역들은 사회서비스원을 통한 장애인시설 직접 운영 및 탈시설 추진, 재가 사회서비스 직접 제공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에 대응해 긴급돌봄서비스 운영 등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공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탈시설 실현 과정에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가 필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간 장애인을 지원하는 서비스 역시 공공에서 책임지지 않았고, 비용절감을 위한 민간위탁 형태로 추진되어 왔다. 그 결과 예산과 행정편의에 따라 서비스를 제한하고 배제하는 문제가 되풀이되었으며, 공공의 책임이 부재한 상황에서 생존과 돌봄의 문제는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되었다. 지역사회는 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지 않았고, 장애인 자녀에 대한 돌봄의 책임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해왔다.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는 시설입소만이 선택지로 강요되었고, 국가와 정부의 책임이 사라진 곳에서 복지시설이 사유화되어 각종 인권유린과 비위행위가 밥 먹듯이 벌어졌다. 이러한 구조는 관련 서비스가 빠르게 닿아야 할 가장 취약한 환경에 내몰린 사람들을 시설과 지역사회 고립된 환경으로 내몰아왔다.

이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한 기반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축해야 할 때이다. 행정의 역할이 더는 ‘민간공급자에 대한 예산 지원, 관리감독’ 수준의 소극적 형태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경주시가 책임지고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 시범사업 역시 돌봄 공백, 취약한 환경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가장 빠르게 닿을 수 있는 사회서비스 공급체계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염원한다. 더이상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내 자녀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이 소원이 되지 않는 사회, 지역사회 내 갈 곳이 없어 시설에 격리되지 않는 사회, 돌봄의 부담을 더는 견딜 수 없어 장애인 자녀를 죽이고 부모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 사회, ‘복지’라는 이름으로 민간시설을 배불리며 당사자들의 생명과 존엄이 훼손되지 않는 사회, 시설이나 방 안에서 대책 없이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존엄하고 의미 있는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된 사회를 염원한다.

경주시 탈시설 시범사업이 그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시범사업 단계에서 기초부터 튼튼한 자립기반을 확충하자. 공공에서 책임지고 제공·관리하는 탈시설·자립지원 기반을 만들자. 책임도 비용도 줄이는 민간위탁과 단절하고, 공적 지원체계를 구축하자. 이에 우리는 경주시 탈시설 자립지원 사업의 적극적 추진을 기대하며, 경주시가 사회서비스원 설치를 통해 돌봄·사회서비스 공공성을 강화하고 자립지원 서비스의 공적 전달체계를 구축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2022년 4월 7일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