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불의의 낙마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이후 척수장애인을 위한 배아줄기세포 연구 및 의료보호 확대를 촉구하는 등 사회운동가로 변모한 미국의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Christopher Reeve). 그의 변화무쌍한 삶을 2002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과의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겠다.

대중에게 알려진 크리스토퍼 리브의 모습은 이미 잘 정립되어 있다. 그는 슈퍼맨을 연기했던 남자고, 한 인간이 정신적으로 완전히 파괴될지도 모르는 파국에 직면하여 희망과 가능성의 삶을 연기한 실제 슈퍼맨이 되었다. 그래서 그가 인터뷰에서 표출하는 분노의 강도를 보면 놀라운 점이 없지 않다.

“우리는 신기술을 다루는 것과 종교적 가치를 분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논쟁적 이슈였다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세요. ‘여호아의 증인’이라는 종교단체는 수혈이 죄라고 믿습니다. 만약 대통령이 인간배아복제연구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어떤 이유 때문에 카톨릭 교회 대신 이 단체의 말을 듣기로 결심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지금쯤 수혈은 합법화될 수 있었을까요?”

줄기세포는 신체조직의 어느 부분에서도 자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수정란으로부터 추출된 줄기세포가 왜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치료를 위해 개인의 DNA가 수정되지 않은 난자로 이식되는 복제 혹은 체세포 핵 치환은 왜 지연되고 있으며 왜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가.

“종교단체 관계자나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은 난자가 곧 하나의 인간이라고 주장합니다. 나는 이것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만약 알이 하나의 인간이라면 이것은 살아있는 사람과 같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이 죽었을 때 유족들은 일반적으로 장례식을 치룹니다. 만약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여자들은 매일 30일마다 개별적으로 장례를 치러야합니다. 나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이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접근보다는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도 그의 논리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물론 내가 오늘 여기 앉아서 50번째 생일을 맞으면서 이 문제를 다소 감정적으로 대하고 있음을 압니다. 아마 일관된 도덕성을 갖고 있지 않은 자들이 보기에는 그럴 테죠.”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화가 납니다. 실망도 했고요. 아마 (이러한 논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는 훨씬 더 진보된 과학적 연구를 이루어냈을지 모릅니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상황에 놓여 있겠죠.” 그의 활동 보조인 돌리 아로(Dolly Arro)가 리브의 오른쪽 발쪽에서 조용히 나타나 그의 바지 아래 숨겨 두었던 튜브에 담긴 물을 검정색 병으로 옮겨 닮았다. 만약 리브가 이를 모욕적으로 여겼다면 그는 이것을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리브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에게 거짓 희망을 주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는 했다. “환자들은 너무 오랫동안 불완전한 상태로 지낸 나머지 그들의 삶이 너무나 궁핍해져 감히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인지 모르죠.” 리브는 반박한다.

만약 조지 W. 부시가 치료복제 이슈를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복제기술에 반대함을 밝힘으로써 기술 활용의 무력함을 성급하게 드러내지 않았다면 그의 희망이 거짓된 약속이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만약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면 우리가 지금쯤 무엇을 성취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는 덧붙였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그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양손의 손가락들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으며 침대에 누워서는 90도로 다리를 접을 수 있다. 그리고 활동 보조인이 무게를 실어 그의 다리를 누르면 그는 자신의 다리를 곧게 펴면서 그의 힘으로 이를 떨쳐낼 수 있다. 허벅지와 뒷다리 쪽에 전극을 놓고 전류를 보내 근육을 수축시키면 그는 한 시간 안에 16km 정도 자전거 페달을 밝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덜 뛰지만 그의 몸의 대략 65퍼센트 정도가 부분적이나마 감각이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바늘이 찌르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뜨거움과 차가움의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불가능은 없다(Nothing Is Impossible)’라는 그의 에세이에서 밝혔다.

“물론 운동기능 복구는 현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극적입니다. 그러나 감각을 느끼기 위한 회복은 내가 감각 없이 아주 오랫동안 보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즉, 내 아이가 나를 만질 때 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정말 많은 차이를 만듭니다.”

이 모든 사건들이 예정되었던 것은 아니다. 1995년 5월 리브는 크로스 컨트리(cross-country) 승마 행사에 참여했는데, 그의 서러브레드 종 말 벅(Buck)이 점프하기 전에 갑작스레 울며 멈춰섰다. 아마 토끼 때문이었을 거라고 리브는 추측했다. 그리고 그의 머리가 제일 먼저 땅 위에 떨어졌는데, 그의 손은 고삐 안에 뒤엉켜 있었고, 그의 두개골은 말 그대로 척수로부터 분리되었다. 집중적인 치료로 척수가 다시 이어진 후 인공호흡기를 단 채로 그는 아내에게 입을 열었다. “내가 그냥 죽었어야 했나봐.”

척수 연결 그 자체도 외과 역사상 획기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의 의사는 2000년 그가 운동능력을 회복하며 첫 번째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더 크게 놀랐다. “일반적인 통념은 나와 같은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면 1년 후라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죠.” 리브는 말했다.

그는 2년 전 뉴올리언즈(New Orleans)에서 열린 신경학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때를 기억한다. 그때 워싱턴 대학(Washington University)의 의사 존 맥도날드(John MacDonald)는 동료의사와 함께 다가와 리브의 상태에 대해 질문했다. “음 결국 그들은 항상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뭔가 달라진 게 있나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했습니다. ‘당신에게 보여줄 것이 있습니다.’ 나는 왼쪽 집게손가락을 움직였고, ‘움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죠. 내가 물 위를 걷는다고 해도 그보다 더 놀라지 않았을 거예요.”

그의 회복은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리브와 그의 의사는 이것이 기적적인 의지의 힘이 아니라 집중적인 신체적 치료의 결과라는 것에 동의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자신이 초월적인 힘으로 회복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당황스러웠다.

사고가 발생하고 몇 주 지나지 않아 그는 후에 크리스토퍼 리브 마비 재단(Christopher Reeve Paralysis Foundation)과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의 리브-알빈 연구센터(Reeve-Irvine research centre)로 이어지는 권익옹호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진보적인 정치이력은 그의 사고 이전에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활동에 대한 반대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난 1996년 쥐를 대상으로 중추신경계의 복구를 돕는 약을 개발한 한 명의 과학자를 알고 있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런데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 그를 반대하는 작은 제약회사의 고소 때문에 연기되었습니다. 그 회사는 그의 초기 실험에 재정을 지원하였고, 그가 인체실험을 통해 달성할 수 있었던 결과의 많은 부분을 원했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부닥 이득을 취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그를 우울과 절망으로 이끄는 것일까? 아니다. 리브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나도 화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것에 대해 절망만 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절망은 매우 암울한 단어입니다.” 그가 절망을 느낄 때 그는 그의 가족에게 주의를 돌리거나 다수의 프로젝트에 몰두한다고 한다. 그가 이끄는 재단, 새로운 책의 출판, 연설문의 작성, 그가 찍게 될지도 모르는 영화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 등의 여러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사고 전에 그는 이미 텔레비전 영화를 촬영했고, 히치콕(Hitchcock) 감독의 영화 이창(원제: Rear Window)의 텔레비전 리메이크 버전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그는 다음 주에 뉴욕모금행사에 참석해 그의 오랜 친구인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와 바바라 월터스(Barbara Walters), 캐서린 제타 존스(Catherine Zeta-Jones), 마이클 더글라스(Michael Douglas) 등과 함께 그의 50번째 생일을 맞을 예정이다.

“부정의 힘이 스스로를 장악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당신의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당신의 정신을 부패하게 만들고,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리브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제 조금은 움직이고, 감각을 느낄 수 있으며, 압력지원 인공호흡기를 통해 그의 내장을 압박하는 일 없이 횡격막을 사용해 호스 없이 숨을 쉬는 연습을 한다, 그는 고통스럽지 않다. 그는 말했다. “불운을 막기 위해 나무를 두드려요! (영미권에서는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를 두드리는 관습이 있음)” 심지어 보좌관이 그의 창자를 비우기 위해 배를 누르는 그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힘든 순간에도. “누구든지 효율적이고 능숙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말을 덜 할수록 더 좋습니다.”

“당신은 사고가 나에게 끼친 여파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겁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기를 바라냐고요김준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