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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구입 자기비용 4만원! 젊은이 셋 따뜻한 마음 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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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 구입 자기비용 4만원! 젊은이 셋 따뜻한 마음 통하다

보청기 구입 자기비용 4만원! 젊은이 셋 따뜻한 마음 통하다

 
도전은 젊은이의 특권이다.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벌일 수 있어야 사회도 변화한다. 딜라이트는 저가 보청기 기업이다. 값비싼 보청기를 구하지 못해 어려워하는 노인을 돕기 위해 의기투합한 대학생들이 창업했다. 이들의 도전은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제 한국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보청기를 구하지 못해 난청에 시달리는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보청기 전문기업 딜라이트의 연구개발실은 3D 프린터가 뿜어내는 소음으로 가득했다. 연구원들의 책상 위에는 사람 귀 모형, 광학현미경, 보청기용 반도체 칩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하지만 젊은 연구원들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이들은 현미경과 핀셋을 사용해 제품을 조립하며 더 나은 보청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연구팀을 이끄는 김병준(35) 팀장은 “이곳은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장소”라고 소개했다. “부유한 분들은 글로벌 기업이 제작한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난청으로 고생하는 서민이 경제적인 부담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딜라이트는 2009년 부천 가톨릭대를 다니던 김정현(27) 대표가 연세대의 원준호(27)씨,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김남욱(27)씨와 함께 설립한 기업이다. 창업 자금은 8,900만원. 김 대표가 5,000만원을 마련했고 서울시 창업지원자금 1,200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중소기업청에서 2,000만원의 창업 지원금을 유치하며 기업을 시작했다. 김정현 대표가 밝힌 사업 기획은 단순하고 명확했다. ‘아픈 사람을 돕는다’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한다’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사회적 기업에 도전한 것은 당시 대학생이어서 가능했다고 한다. 도전정신이 가득한 젊은이였기에 망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는 한국에 사회적 기업의 개념조차 들어오지 않은 시기여서 주로 외국 사례를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마침 노인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청각장애인을 자주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청기가 너무 비싸 구입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았어요. 이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대학 연합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배경입니다.”

보급형 개발 뒤 직거래 방식으로 가격 낮춰

열정적인 젊은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보청기 가격을 높이는 유통구조 개선법, 저렴하지만 성능은 뛰어난 보청기 개발을 위한 기술 연구, 그리고 주위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나섰다. 김 대표는 먼저 유통단계를 단순화해 가격을 낮췄다. 보청기 회사는 대부분 외국 투자 법인이다. 글로벌기업이 제조한 보청기를 한국에서 다시 가공해 유통하고 있다. 기업이 유통업체에 넘긴 제품을 다시 개인사업자가 받아서 판매한다. 김 대표는 직거래 방식으로 제품 가격을 대폭 낮췄다.

제품을 직접 개발한 것도 딜라이트 가격 경쟁력의 배경이다. 보청기는 대단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 귀에 넣을 수 있는 보정물에 보청기용 칩을 넣어 조립하면 된다. 성능이 좋은 칩을 구해서 직접 조립하는 방식으로 제조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난청 해결을 위해 보청기에 모든 기능이 다 들어 있을 필요가 없다.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을 고를 수 있다면 제조 단가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이들이 시장에 출시한 보급형 보청기 가격은 34만원. 시중 제품이 150만원인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34만원에 내놓은 이유도 흥미롭다. 정부가 청각장애인에게 지급하는 보청기구입 보조금은 30만원이다. 여기에 자비 4만원만 들이면 누구나 난청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김병준 팀장은 딜라이트 보청기의 수준을 100점 만점에 90점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기업의 보청기 점수는 95점 수준입니다. 그들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것은 있지만 한국인에 적합한 아이디어를 내며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저가 정책을 유지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김 대표는 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해왔다. 그는 앞으로 보청기 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한국은 15년이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노인이 되는 초고령 사회가 될 전망이다. 보청기 시장이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대표는“믿을 수 있는 제품을 착한 가격에 공급하는데 싫어할 고객은 없다”며 “한국 시장에 적합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며 계속 시장을 공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딜라이트 개발팀은 지금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습기에 강한 보청기가 좋은 예다. 보청기 사용자의 불만은 장마철에 더 높아진다. 습기 영향으로 보청기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이 나기 때문이다.

습기에 강한 제품 개발이 당면한 과제

전지 교환과 충전이 편한 보청기도 개발팀이 매진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보청기에 들어가는 전지 교체는 사용자 불만의 단골 메뉴로 꼽히고 있다. 보청기 사용자 대부분이 노인이다 보니 초소형 건전지를 교체하는 일이 고역이다. 김 팀장은 습기에 강하고 건전지 교환이나 충전이 쉬운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작은 일이지만 우리가 고생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해진다”며 “이런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수시로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3명이 의기투합하며 시작한 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직원 수는 42명으로 늘었고 자본금도 10억원이나 쌓였다. 지난해 보청기 시장 점유율 6퍼센트를 차지한 딜라이트의 매출은 42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조용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보청기 시장 가격이 30퍼센트 가까이 하락했다. 이 때문에 외국 보청기 회사에서 항의를 받은 일까지 있다.

기존 보청기 업체와의 관계도 껄끄럽다. 하지만 김정현 대표는 여유 있는 표정이다. 이제 한국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난청에 시달리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사원의 80퍼센트가 35세 미만인 젊은 기업이 이끌어낸 값진 변화다. 김 대표는 “사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내가 주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하며 기업을 경영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