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1 (토)
이들이 시장에 출시한 보급형 보청기 가격은 34만원. 시중 제품이 150만원인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34만원에 내놓은 이유도 흥미롭다. 정부가 청각장애인에게 지급하는 보청기구입 보조금은 30만원이다. 여기에 자비 4만원만 들이면 누구나 난청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김병준 팀장은 딜라이트 보청기의 수준을 100점 만점에 90점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기업의 보청기 점수는 95점 수준입니다. 그들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것은 있지만 한국인에 적합한 아이디어를 내며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저가 정책을 유지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김 대표는 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해왔다. 그는 앞으로 보청기 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한국은 15년이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노인이 되는 초고령 사회가 될 전망이다. 보청기 시장이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대표는“믿을 수 있는 제품을 착한 가격에 공급하는데 싫어할 고객은 없다”며 “한국 시장에 적합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며 계속 시장을 공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딜라이트 개발팀은 지금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습기에 강한 보청기가 좋은 예다. 보청기 사용자의 불만은 장마철에 더 높아진다. 습기 영향으로 보청기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이 나기 때문이다.
습기에 강한 제품 개발이 당면한 과제
전지 교환과 충전이 편한 보청기도 개발팀이 매진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보청기에 들어가는 전지 교체는 사용자 불만의 단골 메뉴로 꼽히고 있다. 보청기 사용자 대부분이 노인이다 보니 초소형 건전지를 교체하는 일이 고역이다. 김 팀장은 습기에 강하고 건전지 교환이나 충전이 쉬운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작은 일이지만 우리가 고생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해진다”며 “이런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수시로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3명이 의기투합하며 시작한 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직원 수는 42명으로 늘었고 자본금도 10억원이나 쌓였다. 지난해 보청기 시장 점유율 6퍼센트를 차지한 딜라이트의 매출은 42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조용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보청기 시장 가격이 30퍼센트 가까이 하락했다. 이 때문에 외국 보청기 회사에서 항의를 받은 일까지 있다.
기존 보청기 업체와의 관계도 껄끄럽다. 하지만 김정현 대표는 여유 있는 표정이다. 이제 한국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난청에 시달리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사원의 80퍼센트가 35세 미만인 젊은 기업이 이끌어낸 값진 변화다. 김 대표는 “사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내가 주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하며 기업을 경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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